ROGUEFORGE / 개발 일지

밭에 물 주다 보니 공장까지 만들게 됐다

2026.09.10 · 9월 8~10일 작업 기록

샌드박스 게임이니깐 뭔가 목적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돌아다니면서 무작정 전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생활을 하든 재료를 모으든 그다음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농사랑 제작 구조부터 잡았다. 참고할 게임에 스타듀밸리와 팩토리오도 추가했다. 직접 밭을 가꾸는 생활과, 그걸 조금씩 자동화하는 과정이 같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단 빈손으로 시작

처음부터 도구를 다 들고 시작하는 건 빼기로 했다. 바닥에서 재료를 줍고, 제작대를 만들고, 필요한 도구를 하나씩 준비하는 식이다. 나무랑 돌로 시작해서 구리, 청동, 철까지 이어진다.

퀘스트가 다음 할 일을 전부 정해주는 방식보다는 재료를 발견했을 때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지?”가 먼저 나오면 좋겠다. 더 좋은 도구가 필요하면 그 재료를 찾으러 가는 거고.

3D에서 2D로 바꾸고 나니 손볼 게 많았다

캐릭터 정보창도 어색했고, 건설 모드도 예전 방식이 남아 있었다. 배치할 때는 캐릭터가 멈추고, 주변 바닥에 그리드를 보여주도록 바꿨다. 그리드 안에서 놓을 수 있는 칸을 고르는 방식이다.

건설 메뉴는 하단에 붙이고 퀵슬롯이랑 좌측 하단 팁은 숨겼다. 창을 열었을 때는 뒤쪽 월드를 블러 처리하고, 제작대나 시설을 눌렀을 때 각 기능으로 이어지게 정리했다.

물가 틈이나 지형에 가려지는 모습, 비와 눈 표현도 같이 손봤다. 생활하는 게임이면 바닥이나 물처럼 계속 보고 있는 것들이 자연스러워야 할 것 같다.

나무를 주웠다고 바로 완제품이 나오지는 않게

제작 구조는 크게 세 단계로 잡았다.

1차 재료 수급 → 2차 재료 가공 → 3차 아이템 완성.

목재를 모아서 판재로 가공하고, 밀은 밀가루로 만들어 음식에 쓰는 식이다. 원재료를 얻는 것과 완성품을 만드는 것 사이에 과정이 있어야 시설을 지을 이유도 생긴다.

여기서 컨베이어는 재료를 옮기는 수단이다. 벨트가 없으면 직접 들고 옮기면 된다. 시설에 재료를 넣고 완성품을 꺼내는 건 수동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밭과 작업장을 나누고 컨베이어를 연결한 실제 로비 데모
밭과 작업장을 나누고 컨베이어를 연결한 실제 로비 데모

벨트도 그냥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컨베이어에는 전기가 필요하게 했다. 풍력 발전기를 세우고 전력을 연결하면, 설치한 방향을 따라 다음 타일로 아이템이 이동한다. 길게 연결하면 그 길을 따라 움직이고, 전기가 끊기면 멈춘다.

투입함에서 나온 재료가 가공 시설을 거쳐 저장고까지 들어가는 흐름을 만들었다. 중간에 길을 나누거나 물건을 구분할 수 있게 분배기, 분류기, 교차로, 승강 이송기도 추가했다.

공장은 건물 몇 개를 붙여 놓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경로대로 재료가 들어가고 결과물이 나오는 게 보여야 할 것 같다.

농지는 클릭해서 물주는 방식 말고

처음부터 농지 클릭 → 물주기 형태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농지 주변에 물을 뿌렸을 때, 실제로 닿은 부분만큼 젖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나중에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리거나 비가 내려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깐. 지금은 물을 뿌린 면적에 따라 흙이 젖고, 그 수분이 작물 성장으로 이어진다. 경작하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수확까지 가능하게 연결했다.

농지 모양도 다듬었다. 밭을 이어서 만들면 흙 테두리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타일마다 따로 테두리가 있는 것보다 훨씬 밭 같은 느낌이다.

이어지는 흙 테두리와 부분적으로 젖은 농지
이어지는 흙 테두리와 부분적으로 젖은 농지

농사에서 가공, 운송까지 연결

취수 펌프, 물탱크, 배관, 스프링클러로 물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씨앗 분리기와 퇴비통, 자동 수확기도 넣었다. 자동 수확기는 씨앗을 넣어두면 수확한 자리에 다시 심을 수 있다.

수확하거나 채집한 재료를 쓸 곳도 필요해서 건조대, 훈연실, 방직기, 가죽 가공대, 압연기, 부품 제작기 같은 시설을 추가했다. 축전기, 출하장, 자동 채굴기와 벌목기까지 이번에 추가한 자동화 시설은 22종이다. 필요한 건물 이미지와 아이콘도 만들어서 게임에 연결했다.

개수만 늘리는 게 목적은 아니다. 내가 직접 하던 작업을 하나씩 시설에 맡길 수 있는 구조로 가려고 한다.

회로망은 블록으로 보여주자

조건을 설정하는 창을 만들고 보니, 선택 항목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연결 관계가 잘 안 보였다. 그래서 스크래치처럼 조건 블록과 실행 블록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예를 들면 농지 수분을 읽고, 60%보다 낮으면 스프링클러를 켜는 식이다. 재고가 부족할 때만 생산하게 만들 수도 있다. 측정 → 조건 → 실행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선으로 보이게 했다.

전체 상황을 볼 곳도 필요해서 F6에 시설 현황을 넣었다. 어디가 돌아가고 있는지, 어디에 물이나 전기가 부족한지 확인하고 제어 상자의 연결도 열어볼 수 있다.

작동은 하는데 디자인이 좀 따로 놀았다

블록 편집기는 처음에 큰 색상 박스랑 기본 입력창을 쓰다 보니 게임에 어울리지 않았다. 뭔가 AI로 뽑은 화면 같은 느낌도 있었고.

지금은 짙은 갈색 바탕과 얇은 테두리로 정리했다. 색은 작은 표식에 쓰고, 블록 안에는 실제 건물 아이콘과 수분이나 재고 수치가 먼저 보이도록 바꿨다. 연결 단자도 작은 원형으로 다듬었다.

게임 톤에 맞춰 수정한 블록 편집기 개발 화면
게임 톤에 맞춰 수정한 블록 편집기 개발 화면

이 디자인은 현재 개발 화면이다. 공개 Windows 1.5.45에는 블록 자동화 기능이 들어가 있고, 편집기 디자인 변경은 다음 게임 배포에 반영할 내용이다. 홈페이지에서는 바뀐 디자인으로 간단하게 블록을 연결하고 작동시켜 볼 수 있게 했다.

브라우저에서 블록 자동화 시험해보기 ↗

데모도 이 게임이 뭔지 보여줬으면

로비에서 계속 전투만 보여주면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채집하고, 농사짓고, 재료를 옮기고, 작업장을 돌리다가 탐험하는 흐름으로 바꿨다.

건물도 테스트하느라 붙어 있던 배치를 정리했다. 밭과 마당을 나누고 생산 시설 사이에는 길을 뒀다. 판재, 빵, 숯이 실제로 생산되고 벨트를 타고 저장고까지 들어가도록 연결했다.

일단은 각각 돌아가는 기능들이 모였다. 앞으로는 농사하고 수확한 게 가공으로 이어지고, 만든 물건이 건설이나 거래에 쓰이고, 그게 다시 재료를 구하러 나가는 이유가 됐으면 한다. 전투를 하거나 생활을 하거나,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지도록 계속 다듬어보려고 한다.